실적 발표 후 주가는 왜 계속 움직일까? PEAD와 어닝 서프라이즈
기업이 분기 실적을 발표하면 주가가 크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발표한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기도 하고, 반대로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큰 폭으로 하락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실적 발표가 끝났는데도 주가의 움직임이 그날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좋은 실적을 발표한 기업의 주가가 이후에도 한동안 상승하거나,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기업의 주가가 며칠 또는 그 이상 계속 부진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실적 정보는 이미 모든 투자자에게 공개됐는데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걸까요?
실적 발표에서 중요한 것은 ‘좋은 실적’이 아니다
기업이 높은 이익을 발표했다고 해서 반드시 주가가 상승하는 것은 아닙니다. 주식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실적의 절대적인 수준뿐 아니라 시장이 기존에 예상했던 실적과 실제 실적의 차이입니다.
예를 들어 시장에서 A기업의 주당순이익(EPS)을 $1.00으로 예상하고 있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실제 EPS가 $1.30이라면 시장의 기대보다 좋은 실적을 발표한 것입니다. 이러한 예상 밖의 실적을 일반적으로 Earnings Surprise(어닝 서프라이즈)라고 부릅니다.
반대로 지난해보다 이익이 증가했더라도 시장이 $1.50을 예상했는데 실제 EPS가 $1.30이었다면 투자자에게는 실망스러운 결과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실적 발표 후 주가를 이해하려면 단순히 “이익이 증가했는가?”보다 “실제 실적이 시장의 기대와 비교해 얼마나 좋거나 나빴는가?”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실적 발표 당일에 모든 정보가 주가에 반영될까?
효율적인 시장을 가정하면 새로운 정보가 공개되었을 때 투자자들이 이를 분석하고 주가가 신속하게 새로운 정보를 반영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기업의 실적 발표에는 EPS 하나만 포함되는 것이 아닙니다. 매출액, 영업이익, 영업이익률, 현금흐름 등 다양한 회계정보가 동시에 공개됩니다. 여기에 기업이 앞으로의 실적 전망을 제시하는 가이던스(Guidance)까지 포함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EPS는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지만 매출액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현재 분기 실적은 평범하지만 경영진이 다음 분기에 대한 매우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정보가 동시에 발표되면 한 가지 숫자만으로 기업의 실적을 좋다 또는 나쁘다고 판단하기 어려워집니다.
실제로 회계이익과 주가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오래전부터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Ball과 Brown의 1968년 연구는 회계이익 정보와 주식시장 반응의 관계를 분석한 초기의 중요한 연구 중 하나입니다.
Ball과 Brown의 1968년 연구
Ball & Brown (1968), An Empirical Evaluation of Accounting Income Numbers
PEAD란 무엇일까?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일정 기간 실적 뉴스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은 회계와 재무 분야에서 오랫동안 연구되어 왔습니다. 이를 PEAD(Post-Earnings-Announcement Drift, 실적 발표 후 주가 표류 현상)라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발표한 기업의 주가가 발표 직후 한 번에 모든 반응을 끝내지 않고 이후에도 상대적으로 좋은 수익률을 보이거나, 예상보다 나쁜 실적을 발표한 기업의 주가가 이후에도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현상을 말합니다.
PEAD를 대표적으로 분석한 Bernard와 Thomas의 1989년 연구는 실적 발표 이후 나타나는 이러한 주가 움직임이 지연된 가격 반응인지 또는 위험에 대한 보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를 분석했습니다.
PEAD(Post-Earnings-Announcement Drift)
Bernard & Thomas (1989), Post-Earnings-Announcement Drift
PEAD는 이후 수십 년 동안 회계와 재무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연구되었습니다. 2021년에 발표된 Fink의 리뷰 논문은 PEAD와 관련하여 발표된 216편의 출판 논문과 8편의 working paper 등을 검토하면서 위험, 거래 마찰, 투자자의 행동적 요인 등 다양한 설명을 정리합니다.
PEAD에 관한 기존 연구
Fink (2021), A Review of the Post-Earnings-Announcement Drift
왜 실적 발표 후에도 주가가 계속 움직일까?
가능한 설명 중 하나는 투자자들이 새롭게 공개된 정보를 한 번에 완전히 처리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적 발표에는 수많은 숫자가 포함되어 있고 각각의 숫자가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투자자마다 어떤 정보에 주목하는지도 다르고 정보를 분석하는 능력과 속도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PEAD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하나의 설명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존 연구에서는 투자자의 정보 처리뿐 아니라 위험 측정, 거래비용과 같은 시장 마찰 등 여러 설명이 제시되어 왔습니다. 현재까지도 모든 PEAD 현상을 설명하는 하나의 원인에 합의된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투자자들이 느리게 반응하기 때문에 PEAD가 발생한다”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여러 가능한 설명 가운데 하나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EPS만 보면 실적을 잘못 해석할 수도 있다
실적 발표 뉴스를 보면 가장 먼저 등장하는 숫자는 대부분 EPS와 매출액입니다. 하지만 기업의 상태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이보다 다양한 정보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EPS가 예상보다 높게 발표되었더라도 매출 성장이 둔화되고 영업현금흐름이 악화되었다면 실적의 질을 다르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EPS의 개선 폭은 크지 않더라도 매출, 수익성, 현금흐름이 동시에 개선되고 있다면 기업의 상황을 보다 긍정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습니다.
따라서 실적 발표를 확인할 때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매출은 실제로 증가하고 있는가?
매출 증가가 영업이익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가?
기업이 실제로 충분한 현금을 창출하고 있는가?
수익성은 개선되고 있는가?
부채 부담은 커지고 있지 않은가?
경영진의 향후 전망은 어떻게 변화했는가?
여러 회계지표가 같은 방향의 신호를 보내는지 확인하면 EPS 하나만 보는 것보다 기업의 실적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좋은 실적을 발표했는데 주가가 떨어지는 이유
투자하다 보면 “어닝 서프라이즈가 나왔는데 주가가 왜 떨어졌지?”라는 상황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첫째, 시장이 이미 매우 좋은 실적을 기대하고 있었을 수 있습니다. 발표된 실적이 좋은 수준이더라도 투자자들의 높은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면 주가가 하락할 수 있습니다.
둘째, EPS는 좋았지만 매출이나 다른 핵심 지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셋째, 현재 분기 실적은 좋았지만 기업이 제시한 다음 분기 또는 연간 가이던스가 시장의 기대보다 낮았을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실적 발표 전부터 기대감으로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면 실제 실적 발표 이후 투자자들이 차익을 실현하면서 주가가 하락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실적 발표 후 주가 움직임을 EPS라는 하나의 숫자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적 발표를 볼 때 투자자가 확인해야 할 것
실적 발표를 해석할 때는 단순히 “EPS가 예상치를 상회했는가?”에서 끝내기보다 여러 정보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EPS와 매출이 시장 예상치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확인하고, 영업이익률이나 현금흐름 같은 기업의 펀더멘털이 함께 개선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동시에 기업이 제시한 향후 가이던스와 경영진의 설명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적 발표는 하나의 숫자가 아니라 기업에 관한 여러 새로운 정보가 동시에 시장에 전달되는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마무리: 실적 발표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정보의 시작
기업의 실적 발표가 끝났다고 해서 시장의 정보 처리가 반드시 그 순간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적 발표에는 EPS뿐만 아니라 매출, 수익성, 현금흐름, 재무상태, 향후 전망 등 다양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가 시장에서 해석되고 가격에 반영되는 과정에서 실적 발표 이후에도 주가 움직임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PEAD(Post-Earnings-Announcement Drift)는 실적 발표 이후의 주가 움직임과 관련하여 수십 년 동안 연구되어 온 대표적인 현상입니다. 최근의 문헌 검토에서도 PEAD에 대해 위험, 거래 마찰, 행동적 요인 등 다양한 설명이 제시되어 있으며 하나의 설명으로 완전히 정리되지는 않았습니다.
따라서 실적 발표를 분석할 때는 “EPS가 예상보다 높았는가?”라는 하나의 질문에서 벗어나 여러 회계정보가 어떤 신호를 동시에 보내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기업의 실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본 글은 투자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주식의 매수 또는 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